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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숲으로
불편하다 본문
오너 일가 자제분이신 낙하산 갑툭튀 상무님이 즐겨 쓰시는 말입니다, ~하니 불편하다.
파견근무 한 달 만에, 숙소로 쓰는 원룸 방을 잠시 빼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기간은 약 한 달 예정. 수도권 사무소에서 새로 뽑은 여성 경력사원이 잠시 지사에 내려와 트레이닝을 받아야하는데, 마침 남자들 여럿이 각각 원룸을 쓰고 있으니 그 기간 동안만 둘이서 방을 같이 쓰고 이 여성분에게 방을 좀 빌려주라는 것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회사 형편을 모르는바도 아니니 이해 하려고 합니다. 방을 잠시 빌려주는 것 자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뭔가 마음이 불편합니다. 이 불편함의 근원은 도대체 뭘까, 에 대해서 조금 적어보려고 제목을 고민하다가, 불편하니 불편하다고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회사 사정으로 주말 부부를 하게 된 것도 이해하고 넘어가는 중입니다. 가족들 모두 이사를 오겠다면 하다못해 투룸이라도 얻어주겠다는 제안은 제가 거절했으니까요. 갓 백일 지난 둘째까지 어린 두 아이를 돌보느라 자의반 타의반 이미 방콕 신세인 아내인데,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와서 얼마나 외로울까 싶고, 또 어차피 이렇게 된거 혼자 지내는 평일 저녁에는 미뤄뒀던 공부라도 하자는 생각에 며칠 전에는 책상과 의자도 마련했던 참입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불편한 마음의 원인 한 가지가 밝혀졌습니다. 퇴근 후 누릴 수 있는 나만의 저녁시간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워낙 조용한 성격에 혼자있기를 좋아하고 특히 남자를 싫어하긴 하지만, 한 달쯤 부하직원과 한 방을 쓰는 것이 문제될건 없습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계획한 공부도 있고, 비록 잦은 야근으로 남는 저녁시간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퇴근 후에는 온전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데,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이 시간들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MBA를 마친 젊은 상무님조차 카톡으로 퇴근시간과 주말을 없애놓을 정도니, 직원의 사생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회사에겐 아예 기대를 안 하는 것이 마음 편하긴 하지만... 하긴 이제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하려고 하는 회사라서 그런가 하는 생각도 드는게, 우리나라의 회사문화라는게 딱 군대문화이니 갈수록 더 심해질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차선책으로 사무실에 딸린 방으로 거처를 옮길까 생각중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제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같이 방을 쓰기로 했던 부하직원이 자기가 말단사원이니까 자기가 방을 비워주고 불편한 사무실 방으로 옮기는게 도리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입니다. 거의 군대나 다름없는 한국의 수직적 회사 문화에서는 당연한 일입니다만, 이런 조직문화가 정말 싫은 저로서는 영 불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회사의 다른 사람들도 분명 같은 소리를 할 거라는 사실이 더 불편합니다.
깨끗한 신축원룸 필요 없습니다. 사무실에 딸린 허름한 방이어도 상관없고, 생활이 좀 불편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이런 불편함들 괜찮다는 제 말은 제발 좀 그냥 그대로 받아들여주시고, 사생활과 사적인 공간이 없는게 더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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