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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너무 짜다

Wet_Garden 2015. 6. 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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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여행기 혹은 생활기. 그 첫 번째는 역시 음식이어야겠지요ㅋ 쓰다보면 주절주절 길어지는 좋지 않은 습성이 있으니 음식 이야기도 서너 번에 나눠서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중동이라고 해도, 사우디 음식은 너무 짭니다.

 

비만의 원인 중 하나가 과다한 나트륨 섭취라고 하는데, 사우디 인구의 1/3 이상이 비만인 이유 중 하나는 분명 지나치게 짠 음식일겁니다. 그리고 비만의 원인인 식습관을 하나 더 꼽는다면, 너무 짠 만큼이나 너무 달콤한 간식을 과다섭취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관련기사 "사우디, 비만 및 당뇨 환자 급증에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 개최 승인"

 

아래 사진은 사우디의 전통 음식이자 주식이라 할 수 있는 캅사입니다.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 돼지고기를 제외하고 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고기들을 양념해서 익히고, 우리가 흔히 안남미라고 부르는 길쭉한 쌀로 지은 부슬부슬한 흰밥 또는 볶음밥이나 카부스, 쿱즈, 아에쉬, 라바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넓적한 빵과 함께 먹는 요리이지요.

 

중동을 비롯해 인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 빵을 한국 사람들은 "걸레빵"이라고 부르는데, 처음 들었을 때부터 기분 나쁜 이름이었습니다. 아무리 생김새가 못났다고 사람 먹는 음식에 붙인 이름이 걸레라니... 그래서 정식 명칭을 열심히 검색해본 결과 위와 같이 나라별로 다양한 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

 

▲ 사우디 전통 음식 캅사.

 

▲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닭고기.

 

처음에 캅사를 사먹을 때는 인원수를 고려해서 1인당 반마리니까 네 명이면 두 마리... 라고 생각했으나 그것은 큰 착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고기가 너무 짭니다. 의외로 향신료는 별로 안 들어간 느낌이었고 맛은 정말 좋은데, 많이 짜기 때문에 반드시 밥이나 빵을 곁들여 먹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닭고기는 반찬인 셈이죠ㅋ 따라서 고기를 많이 먹기가 힘듭니다.

 

게다가 밥과 빵도 거의 공짜인 것처럼 많이 줍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사진처럼 닭 두 마리에 밥이 약 네 공기, 빵 서너 장 그리고 2L 콜라 한 개까지 한국 돈 만원도 안 되었을겁니다.

 

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장정 네 명이 배부르게 먹고도 닭 한마리가 남았다는 슬픈 결말입니다ㅋ

 

▲ AL BAIK 치킨의 나름 귀여운 캐릭터.

 

닭요리 얘기가 나왔으니 <알 베이크>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알 베이크 치킨은 사우디의 처갓집, 페리카나, 네네, BHC...가 되겠습니다. KFC 같은 외국상표가 아닌, 사우디 토종 치킨 체인이라고 합니다. 사우디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인샬라~) 꼭 한 번 먹어봐야할 맛집입니다.

 

그래서 한 번 먹어봤습니다. 비록 치맥이 아닌 치콜, 치사였지만요ㅋ

 

저녁 시간의 알 베이크는 인산인해까지는 아니어도 국민 닭집답게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겉으로는 KFC 못지 않은 패스트푸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시스템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면 자동으로 주방에 주문이 들어가는게 아니라 카운터에서 받은 주문표를 고객이 직접 주방에 갖다줘야 음식이 나옵니다. 게다가 사진에 보시듯 주방 앞에는 사람들이 가로로 길게 늘어서있는데, 이게 무슨 순서 개념이 있는게 아닙니다;;; 그냥 우르르...

 

▲ 잘 보이지 않지만 가격은 정말 착합니다. 치킨버거가 3리얄, 단돈 900원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랍어를 제대로 못하는 저같은 손님은 순서에서 뒤로 밀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영어도 안 통하고 말이죠ㅋ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알 베이크를 득템했습니다.

 

▲ 닭튀김과 감자튀김, 그리고 햄버거빵(응?)이 세트로 나옵니다.

 

알 베이크 치킨의 특이한 점은 햄버거 빵이 함께 제공된다는 것인데, 이건 사우디 KFC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캅사의 전통 때문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인지 사우디 KFC의 치킨 역시 한국과 달리 염분 함량이 높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또 하나 있었던게, 주문이 몰리는 저녁식사 시간에 가서 그런지 미리 만들어둔 세트를 꺼내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KFC나 맥도날드, 롯데리아 같은 국내 체인들도 붐비는 시간대에는 제품을 미리 만들어두기도 합니다만, 제가 먹은 알베이크는 온기가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 감자튀김도 약간 눅눅했고요...

 

▲ 이렇게 소스도 제공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베이크도 치킨 자체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같이 맛을 본 일행 모두 한국에 체인을 내도 장사가 잘 될 것 같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맛은 참 좋은데 짜서 다 못 먹은 안타까운 사연을 하나 더 이야기하고 오늘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사우디는 금요일이 일요일입니다. 따라서 목,금이 주말이었던 적도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금,토가 주말입니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지내며 보니 대부분 금요일 하루만 쉬고, 토요일은 평일과 비슷한 분위기입니다. 물론 관공서는 예외일 수도 있겠지만요.

 

저 역시 사우디에 있는 동안에는 주 6일 근무를 했습니다. 그래서 금요일만큼은 정말이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그런 금요일 중 어느 날은 저녁에 외식을 하러 나갔습니다. 장소는 사우디 제다의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킹 파드 분수> 옆에 있는 레스토랑 <람세스>입니다. 창가 자리에 앉으면 분수가 바로 보인다는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입니다.

 

▲ <람세스> 레스토랑 전경. 홍해 바닷가 <킹 파드 분수> 인근에 있습니다.

 

람세스 레스토랑은 사우디 제다의 홍해 바닷가 킹 파드 분수 인근에 한 곳이 있고, 공항 가까이 <홀리데이 인>호텔 인근에도 한 곳이 더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리야드와 메디나에도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람세스 레스토랑 구글 정보 https://goo.gl/maps/JyCKKqj8GUc4yvVq7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 음료 등을 따로 주문하는 방식이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과 비슷합니다...만 결국은 캅사가 주 메뉴인, 그렇지만 영어가 되는 직원이 있어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 고급 식당이었습니다.

 

1층은 주방이고 2층에 홀이 마련되어 있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칸막이.

 

그런데 왠걸, 홀에는 칸막이가 있고 저희 일행은 창가 쪽이 아닌 안쪽 자리로 안내되었습니다. 홍해 바다와 분수를 바라보며 우아한 주말 저녁 식사를 즐기려고 했는데 말이죠ㅋ

 

그 이유는 바로 남녀가 유별한 이슬람 문화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사우디는 정통 보수 이슬람 국가로, 여성은 특별한(?) 대우(라고 쓰고 차별이라고 읽는)를 받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상점, 특히 식당의 경우에는 출입구도 2개, 식사하는 곳도 2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그것은 <싱글>과 <패밀리>인데, 싱글은 남성 혼자, 남성끼리, 간혹 남성과 아직 여성이 아닌 아주 어린 여자 아이로 이루어진 개인 또는 그룹을 지칭합니다. 그리고 패밀리는 여성 혼자, 여성끼리, 가족에 한해 혼성으로 이루어진 개인 또는 그룹을 가리킵니다.

 

즉, 저희는 남성들로만 이루어진 그룹이었기 때문에 패밀리석인 창가 자리가 아닌 싱글석인 안쪽 자리로 안내되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석양이 멋진 오션뷰는 바이바이...;;;

 

▲ 오래된 흑백 서양영화가 상영되고 있습니다. 키스씬이라도 나올까요?ㅋ

 

▲ 친숙한 기본 세팅입니다.

 

▲ 물수건도 줍니다...만 알콜 냄새로 기절할 지경입니다ㅋ

 

▲ 사우디에서 만나니 타바스코 소스가 다 반갑네요.

 

패밀리 레스토랑이니만큼, 수프와 메인 요리 그리고 음료를 주문했습니다. 무료 디저트로 아메리카노 커피나 주스가 나왔던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람세스에서는 주문에 앞서 주변 테이블을 살펴봤습니다. 한국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떠올리며 수프나 메인 요리 양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앞서 캅사를 살 때 양 조절에 실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인 남성 4명이었던 저희 일행은 각자 수프 하나씩과 메인 요리 2개, 사이드메뉴와 샐러드를 하나씩 골랐습니다.

 

▲ 제가 시켰던 웰빙 렌틸콩 수프입니다.

 

▲ 치킨 크림 수프에는 레몬이나 유자 비슷한 과일이 함께 나왔습니다.

 

먼저 애피타이저 격인 수프는... 한 그릇으로 충분했습니다. 아래 샐러드 사진에 함께 나온, 한국식으로 하면 일명 공갈빵(정말이지 한국인들의 작명 센스는 절망적입니다...)인 피타빵과 함께 먹으니 메인 요리를 먹기도 전에 배가 불렀습니다;;; 수프 그릇이 냅킨에 꽉 차는 크기인 것 보이시죠?ㅋ 특히 제가 고른 렌틸콩 수프는 콩을 아낌없이 갈아 넣어서 아주 걸죽했다지요...

 

▲ 시저 샐러드는 과자(?) 그릇에 담아 나왔습니다.

 

▲ 메인 메뉴1, 아부 퀴어(Abu qeer). 구운 새우와 생선, 볶음밥.

 

▲ 메인 메뉴 2, 람세스 그릴. 치킨과 소고기, 감자튀김.

 

▲ 사이드 디쉬, 사모사. 치즈를 밀가루피에 싸서 튀긴 요리입니다.

 

주 메뉴가 "그릴드(Grilled)" 즉 아래 주방 사진에 보이는 화덕에서 구워내는 요리여서 튀김보다는 담백한 맛이 있지만, 캅사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요리가 반찬으로나 먹어야할 만큼 짭짤했습니다. 특히 아부 퀴어의 생선은 사해에서 잡아온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캅사나 알 베이크와 마찬가지로, 좀 많이 짠 것만 빼면... 맛은 정말 추천할만 합니다.

 

▲ 계산하고 나오는 길에 살짝 찍은 주방 모습.

 

이렇게 성인 남성 4명이서 배불리 먹은 금액은 234리얄, 약 7만원 정도였습니다. 비슷하게 먹을 수 있는 국내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의 런치 메뉴가 1인당 15,000원 정도이니, 그에 비하면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잘 먹었다 싶기도 하고, 한편으론 사우디 물가가 생각보다 높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우디 먹거리 이야기, 다음 편은 맥도날드 특집으로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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